[출처: 경향비즈, 박은하 기자 / 입력: 2020-09-08]

음주운전 단속기준 혈중알코올농도가 현행 0.05%에서 0.03%로 강화되는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되기 하루 전인 지난해 6월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출입구에서 출입차량을 대상으로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A씨는 2017년 3월 경기 부천의 한 막걸리집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의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59%로, ‘0.05% 이상’이던 당시 단속 기준치를 넘었다. 이 수치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는 기준선이다. 하지만 A씨는 첫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부천지원의 1심 판결문을 보면 A씨는 그날 오후 11시10~40분 해당 막걸리집에서 술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A씨가 막걸리집에 오기 전에 술을 마셨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오후 11시38분에 해당 막걸리집에서 A씨가 카드결제한 내역은 남아 있었다. 경찰의 A씨에 대한 음주운전 단속과 심문은 오후 11시45~50분에 이뤄졌고,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은 오후 11시55분에 이뤄졌다. A씨가 술잔을 마지막으로 입에 댄 시점으로부터 15~17분, 운전대를 잡은 것을 기준으로는 5~10분 가량 후에 측정이 이뤄진 것이다.

A씨 측은 술을 마신 건 30분 가량의 짧은 시간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운전할 때는 취해 있지 않았는데 5분 이상 시간이 흘러 측정할 때에서야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급상승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음주 후 30∼90분 사이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고 그 후 시간당 약 0.008%~0.03%(평균 약 0.015%)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을 마신 뒤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기까지를 ‘상승기’라라고 부르는데 A씨의 변호인은 A씨가 상승기에 있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재판에는 10여년 가량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혈중알코올농도 감정업무에 종사하던 감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A씨가 상승기에 있었다면 약 5분 사이에도 혈중알콜농도가 0.009% 넘게 상승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고, 그 확률은 피고인(A씨) 정도 체격 성인 남성의 경우 50% 정도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법원은 이 같은 주장들을 받아들여 A씨가 운전하는 동안 혈중알코올농도가 0.05%를 넘었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무죄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했고, 재판은 총 5번이 이어졌다. 최종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8일 대법원 제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A씨 사건에 대한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운전 종료 직후 별다른 지체 없이 음주측정이 이뤄졌으므로 이와 같은 음주측정 결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라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며 “(국과수 감정관의 법정 진술은) 업무경험 등에 기초한 추측성 진술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A씨가 과거에도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2회 있었는데 또 다시 음주운전을 저질렀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상고심을 맡은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면서 이번에 형이 확정됐다.

음주운전을 판단하는 혈중알코올농도의 기준은 지난해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0.05%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낮춰졌다.